74년 마지막 추위가 물러갈 무렵 이불 보따리와 책가방을 들쳐메고 비포장 시골 버스에 올랐다.
한시간을 달려 진주에 도착하고, 다시 부산버스를 타고 구포에 내렸는데, 일곱시간을 참았던 오줌보가 터질 것 같아 잠시 곁에 있던 할머님께 이불 보따리와 가방을 맡기고 화장실로 달려갔던 일이 생각나서 웃음을 지어본다. 그리고 다시 해운대행 버스에 올라 한시간을 보내고 해운대에 내렸다.
학교 기숙사를 향해 걸어가는데, 산등성이에 있어 거의 30분을 언덕을 올라 겨우 기숙사에 도착하니, 그때부터 군사훈련이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왜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였는지, 지금은 이해가 되지만 참 힘든 학교생활이었다.
부끄러움이 많아 대구 중앙섬유를 갔던 일, 3개월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와 삼성전관(주)에 입사를 하고, 3년동안 기숙사비를 갚아야 했던 일, 군복무는 또 최전방 7사단 화천, 완전군장에 그것도 똥포 81미리를 들쳐메고 눈앞에 놓인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리기를 밥 먹듯이 하고, 겨우 만기전역을 했다.
군에 있을 적에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제대하고 집으로 오니,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님과 동생들 모두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다시 부산으로 떠날 수 없어 고심하다가 고향에 새로 생긴 진서고등학교 행정실에 근무를 하게 되고, 그것이 36년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높낮이조절 책걸상의 특허를 받아 기부하고, 중등교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FAX민원 제도도 만들고, 예산배부 방식도 바꾸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2007년 정부 혁신 공모전에 도전하여 행자부 장관상을 받았다.
지금은 정년퇴직하고 진주 제일중학교에서 계약직으로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 무척 좋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너무 아이들을 온실에 키워 나약하기 이를데 없고, 쉽고 편안한 길만 찾고 있다는 사실이 나만의 생각인지 너무 풍족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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